며칠 전, 밤늦게 아기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.
소리를 따라가보니 공장의 쓰레기통 한편에
녹색 가구로 막아 놓은 박스가 보였습니다.
안에 아기 고양이가 있는 것 같았습니다.
옆에 무언가 담긴 밥그릇이 있었고
그래도 돌봐주는 사람이 있어 다행이다,
안심하며 돌아갔습니다.
그리고 며칠 뒤 아버지와 마트에 가는 길이었습니다.
길 가에 차에 치여 죽은 고양이가 얼핏 보였고
확인해 보니 아는 고양이였습니다.
악연도 연이라고 이 녀석은 마지막까지도
저를 힘들게 하는 것 같습니다.
몇 년 전 왱왱이가 풍풍 형제들을 낳았을 때
어디선가 나타난 이 녀석도 새끼를 낳았지만
이 녀석은 새끼만 놓고 떠나버렸습니다.
찬 바람이 불 던 어느 날,
흙 범벅이 된 채로 탯줄을 끌고 기어 다니던
새끼들을 주워 왱왱이와 힘들게 키웠지만
범백을 피하지 못했고 풍풍만 겨우 살아남았던
그때 일이 아직까지 제 가슴속 응어리로
남아있습니다.
만약 저 녀석이 새끼들을 버리지 않았다면,
만약, 그때 내가 그냥 모른 척했었더라면
왱왱이가 자기 새끼들만 돌봤다면
삼구와 사구도 지금쯤 풍풍과 함께
행복하게 뛰어다니고 있지 않았을까,
죄책감에 참 많이도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.
그 후에도 몇 번이나 찾아왔지만
왱왱이와 왕왕이의 공격에 못 버텨 떠났고
뜨문뜨문 잊을만하면 가끔 보이다
한 참을 안보이더니 결국 이렇게 떠났네요,
많이 힘들었겠죠,
제 한 몸 지키기도 힘든 길 생활
오죽하면 새끼까지 버리고 떠났을까,
사람을 피해, 다른 고양이들을 피해
평생을 쫓기며 살았을 녀석
시골길 하루에 몇 대 다니지도 않는
차를 피하지 못할 만큼 지쳐있었나 봅니다.
이제는 여유롭고 평화롭게,
먼저 떠난 새끼들과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습니다.
#고양이 #아기고양이